

어느 시인의 고백 / 雪花 박현희
아마 내가 당신을 만난 건
아주 오래전 단풍잎이 빨갛게 물들던
늦가을 어느 날이었던가요.
지난밤 내린 소슬한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채
떨어져 뒹구는 단풍잎이 하도 고와
빨간 단풍잎 한 장을 주워
책갈피에 끼워 고이 접어두었지요.
곱디고운 단풍잎에 그리움 싣고
당신이 내게 오시려고
그날따라 붉게 물든 단풍이
그리도 고왔나 봅니다.
당신을 내 안에 담고부터
꿈처럼 달콤하고
행복한 날들이 시작되었지요.
당신이 매일 선물해주는 아름다운 글과 음악은
내 영혼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
당신이 보내준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
환희와 감동이 물결 치며
여왕보다도 더 행복했으니까요.
매일 아침 설렘으로 눈을 뜨면
마음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은
바로 당신이었지요.
당신과 한 하늘 아래에서
함께 숨 쉬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
생의 축복이라 여길 만큼 감격스러운 날들이었지요.
하지만,
꿈처럼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은
그리 길지 않았어요.
당신을 사랑하면서부터 아픔은 시작되었으니까요.
그 후로 오랫동안
난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
숱한 세월을 홀로 가슴 아파해야 했지요.
그것이 당신을 사랑한 대가로
내가 치른 고통의 몫이었으니까요.
그러나 조금도 후회는 없어요.
그로 말미암아
고요히 잠자던 내 감성을 흔들어 깨우며
내 운명을 결정 지은
아름다운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는
시인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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