외로워서 술 한잔 마셨어요 / 雪花 박현희
그대 없는 쓸쓸한 이 밤이 너무도 적막하고 외로워서 저도 술 한잔 마셨어요.
잘 익은 양주라서 그런지 얼음조차 섞지 않은 독하디독한 술이지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향긋하고 톡 쏘는 달콤쌉쌀한 맛이 제법 괜찮은데요.
외로워서 한잔 그리워서 또 한잔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는 혼자만의 넋두리가 하도 서글퍼서 또 한잔. 한잔 두잔 자꾸만 마시다 보니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술이 나를 마시는 것 같은 묘한 착각이 드는군요.
허허! 그것참 재미있습니다. 혼자 술을 마신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.
술에 취하면 마치 그네를 타듯 몸이 허공 중에 둥실 떠있는 것만 같아 낄낄 웃는 것이 고약한 제 술버릇인데 오늘 밤은 넋 나간 사람처럼 혼자 앉아 배슬배슬 웃게 생겼네요.
헌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샘솟듯 아롱아롱 솟아오르는 그대 향한 그리움은 도무지 달랠 수가 없군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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